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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역지사지 (18.06.01)

천둥번개 치며 폭우가 오는 저녁, 넓고 넓은 마당과 마당 옆에는 우사에 소들과 젖소들이 울고 있다. 노란 우산을 쓴 민우가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간다. 마당에 있는 개가 민우를 반기지만 무시하고 급히 큰 저택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자 고기냄새가 풍긴다. 민우는 접은 우산을 세워 두곤 아무렇게 놓여있는 신발들을 정리한다. 거실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와 민우는 거실로 간다. 온 가족 모임에 민우는 반갑게 가족들에게 인사하기 바쁘다. 민우에게 가방 두고 손 씻고 오라는 엄마 말에 민우는 가방을 두러 2층에 올라간다. 책상 정리를 하는데 민우 방에 넷째 이모가 들어온다. 민우에게 10만원을 주며 우리민우 중학교입학 축하해. 라며 웃는다. 민우는 감사합니다. 라고 작게 대답한다. 시무룩하게 있는 민우를 보고 눈치 챈 이모가 말한다.

"아. 오늘은 성희가 과제 있다고 해서 같이 못 왔어."

표정이 풀린 민우를 보자 마음이 놓인 이모는 내려가자며 달래준다.

즐거운 저녁식사시간에 온 가족 모여 민우를 축하하고 있다. 민우는 고기를 먹고 있으나 속이 이상한지 자꾸 표정이 굳어만 간다.

그때 민우 눈앞에 들어온 닭발. 민우는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그런 민우 행동에 놀란 가족들 중에서 엄마와 아빠는 민우가 요새 속이 이상한 것 같아. 라며 걱정한다. 세수를 하고 온 민우는 먹지 않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다.

어두컴컴한 방안으로 들려오는 빗소리. 아까 엄마가 말한 내용은 다름 아닌 민우의집 소들과 돼지 이야기이었다. 소와 돼지의 눈빛이 짜증나는 눈빛이었다는 말과 함께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민우는 뒤척거리다 천둥 번개소리와 소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민우는 장화를 신고 우산을 들곤 몰래 나온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와중에 우사 쪽으로 힘겹게 가는 민우에게 달려온 개가 민우를 안내했다. 그렇게 개를 따라가자 민우의 키만 한 구멍이 나왔다. 계속해서 따라가자 길을 점점 좁아지고 몸도 작아진다. 민우는 그 사실도 모른 채 개를 따라가고 있다. 밝은 빛이 보이자 민우는 개를 찾는다. 하지만 민우는 개를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만다. 민우는 구름아. 라고 부른다. 개는 민우를 무심하게 내려 본다. 민우보다 몸집이 더 커버린 구름이는 어디로 급히 뛰어간다. 민우는 몸집이 작아졌는지 몸을 더듬자 돼지가 저 멀리서 걸어온다. 돼지는 민우에게 넌 인간 세상에서 왜 동물 세상에 왔냐. 라고 묻자 민우는 정말 모른다고 대답한다. 돼지는 호루라기를 부르자 구름이가 달려온다. 흔들리는 땅 때문에 민우는 두려워 보인다. 구름이는 돼지에게 상황을 알려주자. 돼지는 축하하다며 꿀꿀 울기 시작했다. 그런 돼지 와 개의 말에 놀란 민우는 너희 뭐야 웃지 마. 라며 소리친다. 돼지는 정색을 하며 민우에게 말한다.

"여기선 인간이 명령 할 수 없어."

개를 보내고 돼지는 지팡이를 들며 길을 안내한다. 몸집이 작아진 민우는 뛰어가 돼지와 걸음 거리를 맞춘다. 돼지는 콧방귀를 낀다. 민우는 고개를 숙이자 돼지는 민우의 팔을 잡아당겨서 등에 올려준다. 민우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눈앞엔 민우보다 더 작은 인간들이 보인다. 그 인간들은 살려달라고, 먹지 말라고 ,잘못했다고 말하지만 들리지 않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동물들은 그들을 한입에 집어 삼킨다. 끔찍한 장면을 본 민우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돼지는 어때 맛있겠지. 라며 말한다. 아무 대답 없이 끌려온 민우는 멍하니 식탁 앞에 앉아있다. 식탁 위에는 많은 반찬 중에서 고기, 튀김, 수많은 음식이지만 인간이었다. 인간 발과 심장, 간 등이 있다. 민우는 경악할 틈 없이 구역질이 나왔다. 식탁에서 아무런 반응 없이 앉아있는 민우에게 소가 아는 채를 한다. 주말에 소똥을 치워줬다며 민우에게 고마워한다. 이상한 노란 물을 먹으며 지금 사는 게 불편하다고 불평했다. 결국 소는 울음을 참다가 울기 시작한다. 고민을 들어주며 음식을 먹지 않는 민우에게 돼지는 인간 손을 먹어보라며 코앞에 보여준다. 이때 생존본능을 느낀 민우는 집에 갈 수 있나요 라고 묻자 돼지는 먹으면 보내준다고 말한다. 두 눈을 감고 삼킨 민우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맛있게 느껴진다. 민우는 그 순간 숨이 트이자 크게 내뱉고 눈을 뜬다.

눈앞에 구름이가 내려 보고 있었고 그 뒤로 엄마와 아빠가 보인다. 민우는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여는 순간 기침과 함께 반지가 나왔다. 그것은 엄마가 2년 전 잃어버린 반지였다.

얼마 후 민우는 소와 돼지를 넓고 넓은 마당에서 산책을 시킨다. 그 후에도 지금도 민우는 구역질도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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