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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줘

기억해줘 (18.09.07)

띠리링-

 A의 트레이닝복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린다. A는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보니 화면에는 '의사 선생님' 이라고 쓰여있다.

  "네, 선생님. 거의 다 왔어요."

A가 전화를 받다마자 표정이 일그러진다. 전화를 듣고 있던 A는 입을 연다.

  "몰라요. 일단 가방주인 찾고 연락드릴게요."

A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B를 찾으러 걸음을 옮긴다. 걷다가 잠시 멈춘다. B를 마주친 곳이 생각났는지 A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A의 기억속 B는 깔끔한 복장인 정장에 누군가와 중요한 약속을 한 사람이었다. 아까 B를 스쳐본그곳에서 기달리지만, B는 보이지 않았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A는 꿋꿋이 B를 기다린다. 허무함에 A가 지쳐갈때 쯤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A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을 보자 거울 앞에 B가 있었다. 황급히 그를 쫓아 거울을 지나쳐 뛰어가 B의 어깨를 잡는다.

  “뭐야?”

  “아, 죄송합니다.”

 B가 아닌 다른사람이었다. A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치인다. 어깨를 부딪치고,휴대폰이 주머니에서 빠진다.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이 빠지고 홀로 남겨진 A와 휴대폰 뿐이었다. 전화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휴대폰이 떨어진 곳으로 다가가자 휴대폰 화면엔 '의사 선생님'  이라고 쓰여있다. 휴대폰을 조심히 들어 먼지를 털고,전화를 받는다.

  "선생님, 가방 주인을 못찾았어요.."

  "A씨 혹시 약 먹었어요?"

  "약이요?"

  "네, A씨 가방에 들어있는 약이요."

  "제 가방없는데요?"

A는 선생님과 대화를 오고가며 아까 B를 본 거울 앞으로 다가간다.

  "그럼 가방 들고있어요?"

  "네, B씨 가방이요."

  "..."

 A는 거울 쪽으로 가까이 걸어간다. 시선은 가방에서 멈춘다. A는 걸음을 멈추고 가방을 유심히 본다. 가방과 연결된 네임표에는 B의 이름, 즉 A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잠긴 가방을 손쉽게 푼다. A의 표정이 굳어진다. 가방엔 쪽지와 약통이 있었다.

'서울 정신과 의사 선생님 :  최보영 / 9월 8일 토요일 아침 10시까지, 약 꼭  챙겨먹기.'

A는 거울 앞에 서있다. 거울 안에는 B가 서있다. 이내 수화기 넘어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A씨, 오늘 약 먹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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