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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초콜릿 (18.08.11)

"..아악!"
주사를 넣자 환자가 조용해졌다.

"어? 동주 언제 왔니?"

"방금이요. 이모 근데 제가 여기서.."

"일단 따라와."
나는 질문할 틈도 없이 이모를 뒤따라 갔다.

"자. 이거 입고 보조역할만 하면 돼."

"보조요?"
이모를 따라 다니면서 눈 다친 사람,팔 부러진 사람, 다리 부러진 사람들을 만났다.
내 도움이 조금씩 채워 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두워졌지만 아직도 다친 사람들은 많았다.

"서선생님! 빨리요!"
잠깐 쉬고 있는데 간호사가 이모를 급히 부른다.

이모는 쉬고 있으라며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나에게 준다.
이모가 가고 초콜릿을 먹었다. 그 초콜릿은 달달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거 내건데."
내 곁으로 다가온 사람은 아까 체육관에 처음 도착 했을 때 봤던 환자였다.
환자는 내게 초콜릿을 달라고 재촉했다.

"빨리 줘."
나는 환자가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환자는 허리까지 오는 생머리에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때 마침 이모가 창고로 오셨다.

"어? 여기서 뭐해."

"쌤, 초콜릿."

"아, 자 여기."
이모가 가운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환자의 손에 쥐어준다.
환자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말없이 갔다.

"사고 이후부터 초콜릿만 찾는 애야."

"몇살인데요?"

"너 또래정도?"
나는 환자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콜릿에 집착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이모와 함께 다니면서 도와주고 있다.
점점 이모처첨 적응을 하는 내 모습에 신기했다. 그러다 해가 질 무렵 쉬는 타임이 왔다.

"동주야, 힘들지?"

"힘들긴 한데, 괜찮아요."

"다행이네."
이모가 또 나에게 초콜릿을 준다. 이모는 간호사 호출로 어디로 뛰어가셨다.

나는 이모가 가신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체육관 2층으로 올라가니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이 훤히 보였다.

"초콜릿 맛있겠다."

어제 밤 초콜릿 환자였다.

"먹을래?"

"응!"

아이처럼 고개를 흔드는 환자였다. 환자는 초콜릿을 맛있게 먹었다.

"이름이 뭐야?"

"초콜릿"

"아니, 너 이름이 뭐냐고"

"몰라!기억 안나."

"아,그럼 나이는?"

"초콜릿!"
환자는 내게 초콜릿을 달라고 칭얼거렸다. 나는 없다고 손을 보여주자 환자가 내 가운주머니를 뒤졌다.

"여기 있는데?"
환자가 내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보여주며 활짝 웃는다.

나는 그 다음에도 계속해서 체육관 2층을 갔다.
내가 갈때마다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고마워."

"아 내가 할일 인데 뭐.."
어제 그녀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하다가 그녀 무릎이 다쳤었다.

"자! 내 선물!"

"응? 초콜릿?"
그녀가 나에게 아끼는 초콜릿을 준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잘가! 고마웠어 동주!"

"안녕.."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음 날 이모가 초콜릿을 더이상 주지 않았다.
나는 이모에게 물었다. 이모는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초콜릿 가져왔어!"
그녀는 없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 남아있었다. 그때 이모가 따라 올라왔다.

"동주야, 그 아이 어제 밤에 자살했더라."
"네?"

"많이 힘들었나봐."

초콜릿이 없다. 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내 주머니 속에는 초콜릿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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