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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302호

쪽지, 302호 (18.08.07)

<쪽지>


"유남순 씨 맞죠?"
 
"아..네"
택배를 받은 남순은 현관문을 닫고 택배를 확인한다. 상자에 주소와 보내는이가 없는 것을 본 남순은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가지만 차를 이끌고 아파트 입구를 빠져나간다. 다시 집으로 들어온 남순은 과일 칼로 조심히 뜯어본다. 상자 안에는 쪽지,사진과 한번 더 포장된 상자가 있었다.
쪽지에는 상자에 쓰여있지 않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남순아 그 사진에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난 널 믿는다. 상자 한 개 더 있지? 그냥 전달하면 돼. 너무 욕하지 마라. 정말 고맙다. 2018 . 8 . 4 베스트 프렌드가'
남순은 손에 들고 있는 편지를 꾸긴다.

"씹..개새끼.."
남순은 상자 안에 있는 사진을 유심히 살핀다. 그러다가 초인종 소리에 놀란다. 남순은 텔레비전 소리를 낮추곤 현관문 옆에 놓인 야구 방망이를 든다.

"너..누구야"

"계세유? 짜장면 배달 왔는데유?"
문 너머 들리는 구수한 말투에 남순은 긴장이 풀린다.

"네 나가요."



<302호>


남순은 짜장면을 다먹고 상자 앞에 앉았다. 남순은 상자를 다시 열어 사진을 본다. 사진 속 그 곳은 남순이가 전에 살던 동네였다. 답답한 남순은 트레이닝 바지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낸다. 흰 연기를 뿜어내며 남순은 눈을 감는다.

"미친놈. 돈 빌려 달라고 했을때 부터 알았어. 에라이. 이거나 먹어라."
남순은 꾸겨진 쪽지를 향해 엿을 날린다.
다음날 오후2시 남순은 사진 속 그 곳으로 간다. 남순이에겐 익숙한 동네이지만 4년이란 세월이 흘러 많이 낡아진 모습이었다. 남순은 도착하자마자 식당에 들어선다.

"어서오세요! 에구머니 이게 누구야!"

"안녕하셨어요?"

"총각! 이게 얼마만이야."

"이모는 세월이 거꾸로 가는가? 외모가 그대로네요."

"호호 빈말은. 거기 앉어. 서비스 마이 줄게."

"아.감사합니다."
남순은 4년전 식당 이모의 모습과 달리 흰머리를 하고 있는 이모 모습에 한숨을 돌린다.

"자. 많이 묵어."

"이모.아저씨는 어디갔어요?"

"..갔지! 그 영감 먼저 가버렸어."

"아..죄송해요.."

"뭐가 미안해. 담배를 많이 펴서 개고생했지 뭐. 총각도 담배 그만 펴."

"아..네.."

"아줌마! 여기 순댓국 2개!"

"아 예! 총각 많이 묵고 가."
남순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짓는다. 남순은 탁자에다가 7500원이 아닌 17500원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총각! 만원 두고 갔어."

"이모 받으세요. 전에 밀린 외상값이예요."

"참나 뭔 소리하는거여."

"건강하셔요.이모 자주 오겠습니다."

"그려. 야구는 계속하지?"

"그럼요. 야구장에서 코치하고 있어요."

"먹고 살 정도면 돼. 어여 조심히 들어가."

남순은 작별 인사를 하고 도깨비로 들어간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시간이 다가와 도깨비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일단 맥주 1000cc 주세요."

툭-
"아이고 죄송합니다."

건성하게 사과를 하고는 남순을 지나치는 남성이다. 아까 식당에서 마주친 남성이었다. 남성의 양쪽 팔에는 용 문신이 있었고 금 목걸이와 금 반지를 하고있었다.
남순은 주변을 둘러 보았고 가방 안에 들어있는 상자를 확인 한 뒤 남성을 뒤따랐다.
남성은 걸음을 멈추고 담배를 꺼내 담배를 폈고 그를 따라 남순도 전자담배를 꺼내 핀다. 뒤를 쫒던 남순이와 같이 그가 발걸음을 맞춘다.
그를 따라 걷다가 빌라 입구까지 도착한 남순은 머뭇거린다.

"어이. 302호?"

"아 예.."

무작정 302호 라고 밀어붙이는 남성때문에 생각할 틈없이 예 라고 답한다. 그러자 남성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남순 바로 앞으로 다가온다.

"빨리 주고 가."

"예?"

"그거 내가 택배 시킨거 아녀?"

"아.."
남성은 남순의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가져간다. 그리고 남순은 서둘러 빌라 입구를 빠져나간다. 상자를 가져간 남성은 휘바람을 불며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302호를 지나쳐 303호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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