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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18.09.28)

“당분간 수신이 제한된 번호입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똑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번호가 바뀌었나 싶어

고향에 있는 건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우가 전화를 평소보다 늦게 받았다. 건우가 말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윤이 고향에 있어?”

건우는 미친새끼 라며 욕을 했다. 전화를 스피커로 전환시키고 복사용지를 정리했다.

“요즘에 윤이가 안보여.”

사무실에 건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못들은 것 가아 건우에게 다시 물었다.

“아까 전화했는데, 제한된 번호래.”

건우가 웃기 시작했다. 정리하고 있던 용지를 놔두고 스피커를 껐다.

“야, 호구빈아 눈치 없게 그럴래?”

“알아듣게 말해.”

“윤이가 너 차단한 것 같은데.“

녀석은 뭐가 좋다고 계속 웃었다. 내 머릿속에는 ’차단‘ 뿐이었다. 건우는 돼지 밥 주러 간다며 전화를 끊었다. 헤어져도 연락하고 지내자고 했던 건 남궁윤인데, 항상 연락은 내가 먼저 했다. 갑자기 인쇄 사무실이 초라해 보였다. 아무도 없다. 사장님은 주말이라 늦게 오시고, 같이 알바 하는 1살 어린 동생은 부모님 결혼기념일 이라고?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오니, 끊었던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주머니에 라이터는 있었다. 바닥에 조금 피다 버린 담배꽁초가 보였다. 주변을 살폈다. 담배꽁초를 주워 사무실에 들어갔다. 모래를 털고 불을 붙이려는데,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담배도 뜻대로 되지 않아 기분이 나빠지려 할 때, 불이 붙었다. 아주 조금 말이다. 다 꺼져 가는 불꽃으로 담배를 피우긴 커녕 그냥 타들어가는 냄새만 맡았다. 킁킁거리며 개새끼 마냥 냄새를 맡았다. 탄 냄새가 나서 창문을 열려는데, 신문이 보였다. 신문에는 정치, 시사 등. 내 눈에는 글자가 많이 쓰여 있다는 정도였다. 침을 발라서 사장님이 했던 것처럼 신문을 넘겼다. 신문에는 ’2017 오늘의 운세‘ 라고 적혀있다.

’오늘의 용띠 운세는 하루가 잘 풀리는 날입니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세요.‘

오늘 하루가 잘 풀린다는 건 거짓말이다. 신문을 던져버렸다. 꿈도 뜻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나는데, 윤이도 그렇고 건우도 그렇고 오늘따라 운세가 반대이다.

 책상 위 가득있는 용지를 치우고 노트북을 올렸다. 글을 쓰다가 자서 그런지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였다. 글을 지우려는데 사무실로 전화가 울렸다.

  "전단지 제작 되죠?"

그럼 그렇지, 인쇄를 해야된다.

 "이름,나이,사는 곳 알려주세요."

주문한 사람의 정보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시계를 보니 사장님이 들어오시기 1시간 전이다. 글에 엮이지 말자는 생각으로 노트북을 닫았다. 책상에 쌓여있던 용지를 정리했다. 용지들을 묶어서 한 곳에 모아두고 아까 못 피운 담배 대신 막대 사탕을 빨았다. 시간이 흘렀을 까 창문으로 해가 저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막대만 물고 소파에 누워 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구빈아."

 "윤? 너 어디야."

 "나 지금 미국이야, 여행 왔어."

 "아,그래? 좋겠네."

 "응, 전화 했었어?"

 "응? 왜?"

 "아니, 너 이쯤때 항상 힘들어서 전화했잖아."

윤의 말에 대답을 못했다.

 "무슨 일 있어?"

 "내가? 그러는 넌 왜이리 좋냐."

 "오늘 운세가 좋아서 말야."

 "아닌데, 난 반대인데?"

윤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나에게 운세를 읽어주었다.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평소와 다르게 새로운 일을 도전하세요. 귀인을 만나게 될것 입니다."

윤의 목소리가 들떠있따. 아까 던져 버린 신문 년도를 보니 1년전 신문이었따. 

 전화를 끊고 멍하니 노트북만 바라보았다. 내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갔다. 그리고 사무실로 사장님이 들어왔다. 

 "어이,호구빈 잘하고 있나?"

사장님은 내이름을 부르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사장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장님, 저 할 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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